오피니언: 못생겨도 괜찮아

아이와 외모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때, 어른들은 종종 빠져나오기 힘든 수렁에 빠지곤 한다. 외모상 차이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주장하면서 외모 격차 자체를 없는 것처럼 취급하거나, 평범한 외모에 더 큰 도덕적 가치를 부여하려 하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전통적인 의미에서 매력이 없거나, 나아가 못생겼거나 뚱뚱하다고 묘사될 때 방어적인 태도로 성급히 끼어들기도 한다. 사람을 묘사하는 단어 가운데는 더 친절하고 듣기 좋은 단어들도 많고, 사람을 볼 때 더 관심을 두어야 할 다른 특징들이 있다면서 말이다.

자신을 “당신이 만나본 적 없는 가장 못생긴 사람”이라고 묘사하는 호주 출신 작가 로버트 호지(Robert Hoge)는 우리가 아이들에게 외모는 중요하지 않다고 가르치는 것이 전적으로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우리 모두 외모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지 않나요?”

전직 연설문 작가인 호지는 자신의 이야기를 <어글리(Ugly)>라는 제목의 어린이 책에 담았다. 아이는 어른들이 외모 불평등 세상에서 못난 외모로 살아가는 것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해줄 때 오히려 안도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외모가 인생을 구성하는 여러 가지 요소 중 하나일 뿐이고, 사람에게는 외모 말고도 다른 여러 특징이 있다는 점을 아이들에게 알려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외모에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라는 이야기다.

로버트 호지는 태어날 때부터 얼굴에 종양이 있었고, 양다리는 기형이었다.

그는 자기 얼굴 생김새를 이렇게 묘사한다. 우선, 미술 시간에 찰흙으로 아기 얼굴을 만들라는 과제를 받았다고 상상해보자. 당신은 열심히 찰흙 덩어리에서 울퉁불퉁한 부분을 떼어내고, 선을 다듬고, 눈과 코, 볼의 모양을 만들어 예쁜 아기 얼굴을 만들었다. 그런데 작품이 막 완성된 순간, 교실 건너편에서 한 아이가 달려와 아기 얼굴 한가운데로 찰흙 덩어리를 던져버리는 바람에 아기의 두 눈은 양쪽으로 벌어지고 얼굴에는 큰 혹이 생겨버렸다.

갓 태어난 호지는 바로 이런 모습이었다고 한다. 부모는 갓 태어난 아들을 보자마자 눈물을 터뜨렸다.

처음에 어머니는 호지가 그냥 죽기를 바라며 그를 병원에 버려두고 떠나버렸다. 이후 가족회의가 열렸고, 형제자매들은 투표를 통해 동생을 집으로 데리고 오자는 결정을 내렸다. 호지는 이렇게 생후 5주 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한때 가족으로부터 버림받았던 아기는 자라서 퀸즐랜드주 주지사의 정치 고문을 맡게 된다.

어른들부터 외모라는 주제를 다룰 때 이토록 서툰 모습을 보인다면, 어떻게 아이들이 외모지상주의라는 야만적인 사회적 위계에 맞설 수 있을까? 외모의 위계질서는 놀이터에서부터 이미 존재한다. 아름다운 외모가 이점으로 작용한다는 것은 사회과학에서 이미 오래전부터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다. 고용주, 교사, 연인, 유권자뿐 아니라 부모마저도 미학적으로 타고난 존재를 선호한다는 사실을 이제 우리 모두 잘 안다.

몸매나 신체 치수, 몸무게는 종종 대화 소재가 되지만, 비틀린 신체 부위나 일그러진 이목구비에 대한 말은 삼간다. 사람들은 못생긴 외모에 관해 이야기하면서도 외과 수술이 필요한 정도의 얼굴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한다.

어린이들이 읽는 책에서도 추한 외모는 일시적인 것, 또는 잘못에 대한 마땅한 벌로 취급된다. 동화작가 한스 크리티안 안데르센은 어린 시절 코가 크고 성격은 여성스러우며 노래하는 목소리가 곱고 연극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또래 사이에서 따돌림을 당했다. <미운 오리 새끼>는 안데르센 자신의 삶을 그린 작품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이야기마저도 언젠가는 따돌림당하는 오리가 아름다운 백조로 거듭나게 되며, 평범한 오리 무리 속 백조의 고귀함은 억누를 수 없다는 교훈을 담고 있다.

그렇다면 백조가 되지 못하고 평생 오리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어쩌란 말인가?

호지는 굳이 현실을 아름답게 포장하지 말자고 말한다. “어떤 사람들은 다른 이들에 비해 더 큰 미적 쾌감을 준다는 사실을 저는 기꺼이 받아들입니다. 일단 그것을 받아들여야만 그다음 더 중요한 지점으로 나아갈 수 있어요.”

“어떤 아이는 철자법에 강하고, 어떤 아이는 미운 머리 모양을 하고 있죠. 어떤 아이는 달리기를 잘하고, 어떤 아이는 키가 작고, 또 어떤 아이는 네트볼에 소질이 있어요. 하지만 키가 작은 아이라고 해서 키가 작은 게 그 아이의 전부는 아니죠. 네트볼을 잘하는 아이에게도 네트볼을 잘하는 것 외에 여러 가지 장점과 특징이 있습니다. 단 한 가지 특징만으로 정의되는 사람은 세상에 없어요. 외모도 마찬가지죠.”

호지는 또래 집단의 압박이라는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시기가 오기 전에 아이들과 외모 문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무엇 하나 주변 친구들과 조금이라도 다르면 큰 문제가 되어버리는 시기가 곧 아이의 인생에 찾아오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모두가 아름답다고 말하지 마세요. 다르게 생겨도 괜찮다고 말해주세요.”

추한 외모를 부도덕함과 연결 짓는 오랜 관념도 차근차근 따져봐야 한다. 옥스포드 사전에 따르면 영어 단어 “ugly”에는 “도덕적으로 혐오스러운”이라는 뜻도 있다. 아름다움을 뜻하는 그리스어 단어 “kalos”는 “고귀한”이라는 뜻을 담고 있는 반면, 추하다는 뜻의 “aischros”에는 “수치스러운”이라는 뜻도 담겨 있다. 아동용 도서에 등장하는 못생긴 등장인물은 보통 끔찍한 캐릭터다. 악당은 치아가 고르지 못하고, 거짓말쟁이는 긴 코를 달고 있으며, 좀비의 두개골은 두껍다는 식이다. 구두쇠는 비쩍 말랐고, 욕심쟁이는 뚱뚱하다. 신체적 결함이 다른 나쁜 면을 드러내는 상징처럼 쓰이는 것이다.

또한, 우리는 미인대회 왕관이나 인스타그램 ‘좋아요’ 없이도 묵묵히 위대한 업적을 세우며 살다간 인물에 관해 이야기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이 좋은 예가 될 것이다.

끝으로 우리는 아이들에게 소개할 위인전에 타고난 외모 유전자보다는 다른 장점으로 알려진 사람들이 이름을 올릴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나는 아이들을 키우며 바비 인형을 금지하지는 않았지만, 어린 딸이 바비 인형을 여럿 모으기 시작하자 조금 긴장했다. 하루는 박물관에 갔다가 딸에게 엘리노어 루즈벨트 인형을 사주기로 했다. 강하고 뚜렷한 이목구비의 영부인이 붉은 벨벳 망토와 깃털 목도리를 걸치고 있는 인형이었다. 딸이 예쁜 인형을 가지고 노느라 똑똑한 영부인 인형에는 관심도 없을까봐 조금 걱정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딸은 이제 매일 밤 엘리노어 루즈벨트 인형을 곁에 두고 잠든다.